[인터뷰] 소셜 빅데이터를 통해 트렌드를 발견하다 | 황우람 연구원
“요즘 성수가 핫플이래!”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누군가는 ‘그런가 보다’ 하며 넘길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번 주말에 가봐야겠다’라고 생각하겠죠. 어쩌면 “성수가 왜 핫플인데?”, “핫플의 기준이 뭔데?”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요.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는 이런 질문을 하는 연구원이 많이 있는데요. 어떤 현상이 나타났을 때 정말로 그런지 데이터로 확인해 보고, 현상의 내면에서 나타나는 트렌드의 변화나 흥미로운 포인트가 없는지 짚어내곤 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소셜 빅데이터’를 통해 트렌드를 발견하는 트렌드 파트의 황우람 연구원님을 만나 보았어요. 자타공인 20대연구소의 ‘AI’이자 초보 아빠이기도 한 연구원님과 나눈 연구소 생활과 소셜 빅데이터 이야기, 함께 확인해 보세요.
낮에는 연구원 밤에는 아기 아빠 |
안녕하세요, 우람 연구원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대연구소의 AI 역할을 맡고 있는 황우람 연구원입니다. 트렌드 파트에서 소셜 빅데이터 분석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이제 막 육아 휴직에서 복귀한 5개월 차 아기 아빠이기도 합니다.
본인을 ‘연구소의 AI’라고 소개해주셨는데, 어쩌다 그런 별명이 생겼나요?
저는 사실 AI라고 불리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AI라고 하면 굉장히 차가운 이미지이고 MBTI로 치면 T처럼 보일 수 있을 텐데, 저는 감성 충만한 ESFJ거든요. 가끔씩 드라마 보면서 울기도 한다고요!
왜 저를 AI라고 불러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생각해 보면, 제가 회사에서 말수가 적은 편이기는 합니다. 기분이나 감정 표현 같은 것들을 막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과 아이스브레이킹 같은 것을 먼저 하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요. 업무를 할 때는 계속 엑셀 파일을 봐야 하는 특징이 있는데, 그렇다 보니 약간 ‘이 사람이 일만 하는 AI가 아닌가’라는 인상을 받으셨나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회사에서 AI나 로봇 같은 캐릭터가 독보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최근에는 약간 욕심을 내서 계속 이 컨셉을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아빠가 되셨다니 축하드려요. 어떻게 적응하고 계세요?
저는 복직 후 낮에는 연구원의 삶을 살고, 밤에는 아기 아빠의 삶을 살고 있는데요. 육아에 대해 모두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듯이, 저도 쉼이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 연구소와 회사 차원에서 많은 지원과 배려를 해주셔서 적응하는 데 수월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일단 대학내일에는 리보딩 메이트라고 해서, 저보다 먼저 육아휴직에 들어갔다가 복직하신 분을 육아 선배로서 매칭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그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1월에 먼저 복직하신 분을 메이트로 만나서 육아의 고충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었어요. 또, 복직을 하면 아무래도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되는데요. 복직 선배로부터 일과 육아를 병행했을 때 어떤 식으로 했는지, 일종의 노하우를 얻을 수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 리보딩 메이트란? 대학내일 인재성장팀에서 복직 후 적응을 도와드리는 제도입니다. 복직하고 한 달, 미리 복직한 선배와 1:1 매칭을 통해 커피 타임을 할 수 있어요. 육아 상황, 고민거리, 업무 적응 팁을 나눌 수 있답니다. |
그리고 20대연구소는 자율 출퇴근제가 잘 정착이 되어 있다 보니, 아기와 조금 더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가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가끔 부득이하게 제가 아이를 봐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급하게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내부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하거나 일정을 미뤄주는 배려를 해주셔서 걱정을 안고 있었던 부분들이 잘 해소되었던 것 같습니다. 재택할 때는 점심 시간에 제가 분유를 타거나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기도 해요. 한 번은 아기를 제 옆의 바운서에 앉혀 놓고 근무한 적도 있었답니다.
트렌드 광맥의 광부가 되다 |
현재 20대연구소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가요?
소셜 빅데이터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소셜 빅데이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SNS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하거나, 인사이트 도출의 한 축으로 소셜 빅데이터 분석 업무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대학내일 내부의 다른 팀들과 협업하는 경우도 잦아요.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제안 작업에 투입돼서 제가 분석한 자료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업무라는 포지션이 업계에서 대중화된 포지션은 아니에요. 20대연구소에도 작년에 이 자리가 새로 생겼는데요. 그렇다 보니, 어떤 일을 하는 건지 처음엔 생소하게 여기는 분도 계셨어요. 최근에는 SNS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거나 데이터가 필요할 때 협업 요청이 많고요.
입사 전부터 20대연구소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저는 소셜 빅데이터 업무를 맡기 전에 마케팅 AE로 커리어를 시작했었는데요. 20대연구소는 워낙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다 보니, AE로서 모를 수가 없는 곳이었어요. 늘 다양한 트렌드와 접점이 필요한 직무였기 때문에 연구소의 트렌드 보고서를 자주 찾아봤죠.
마케팅 AE 역할을 할 때도 어떤 근거를 제시할 때는 항상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어서, 연구소의 데이터를 자주 검색하고 활용했고요. 그렇다 보니 이미 익숙하게 잘 알고 있었죠. 그때 당시에 ‘이렇게 해 보면 좋겠다, 재밌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이제 직접 하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워요.
입사 후 20대연구소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연구소’라고 하면, 그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되게 강하잖아요. 모니터만 뚫어져라 보거나, 내 일에만 몰두하는 이미지가 그러져서 굉장히 개인 플레이가 강할 수 있겠다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조용한 곳일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데 입사하고 나서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죠. 실은 입사한 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요. 그런 고민을 할 틈도 없이 빠르게 친해질 수 있도록 먼저 말을 걸고 다가와주셨어요. ‘인싸 집합소’인가 싶을 정도로 이미지가 확 깨졌습니다🤖 원래 저는 개인적으로 회사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특히 워크숍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새 라이어 게임을 하면서 다른 분들과 많이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대연구소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면요?
다 함께 생일을 챙겨주는 문화가 있어요. 생일이 다가오면 본인이 먼저 생일을 공표하고, 다른 분들은 마치 ‘밈 대방출’처럼 포스터를 만들어서 축하해주곤 합니다. 이렇게 공수를 들이다니 싶을 정도로 잘 챙겨주시는데, 독특하면서도 재밌는 우리만의 문화가 아닌가 싶어요. 작년 제 생일 때는 ‘휴먼’ AI 짤에 제 얼굴을 합성한 포스터를 만들어주셨는데, 너무 찰떡같이 해주셔서 집에도 붙여 놓았어요!
🎂 20대연구소의 생일 문화 이전까지는 생일을 서프라이즈 파티로 진행했었는데,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어요. (1) 몇 번 지나니 사람들이 더는 놀라지 않음 (2) 업무가 몰리면 주변에서 생일을 놓치는 사례가 발생함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셀프 생일 파티’를 도입했습니다. 생일이 되면 직접 파티 날짜를 공지하고,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돌려요.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생일 선물을 골라두고요. 바쁜 업무 가운데 잠시 숨을 돌리고, 구성원 모두와 생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었답니다. |
소셜 빅데이터 연구의 기쁨과 슬픔 |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아무래도 20대연구소에서 처음 시도해 본 소셜 빅데이터 보고서들이 기억에 남아요. 평소에 대화를 할 때 ‘요즘엔 어디가 핫플이래’ ‘요새 비건이 트렌드래’ 같은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럴 때 저는 연구원으로서 ‘정말 그런가?’ ‘데이터를 확인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더라고요.
핫플레이스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어디를 가는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SNS에 핫플레이스 관련 언급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분석했고, 연도별로 핫플레이스의 특징 변화를 살펴봤죠. 그러자 핫플레이스의 성격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0-2021년)에 휴식 및 힐링의 공간에서 2022년 당시에는 경험과 체험의 공간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팝업스토어나 프리미엄 주류 등의 인기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이런 데이터를 마케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미지 클릭 시 해당 보고서를 볼 수 있습니다
비건 뷰티 트렌드를 알아본 것도 뜻 깊은 프로젝트였어요. 비건은 분명 트렌드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었지만, 대부분 식음료 영역에서 언급됐죠. 그런데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식음료뿐 아니라 뷰티 영역에서도 비건의 포션이 두드러지게 커지고 있는 거예요. 그런 내용을 담은 ‘비건 뷰티 빅데이터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냈을 때 사람들이 놀랐던 반응이 기억에 남아요. ‘비건’이라는 현상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현상 내면에서 이뤄지고 있던 ‘뷰티’라는 변화를 포착해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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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빅데이터 연구의 프로세스를 알려주세요.
우선 소셜 빅데이터로 살펴볼 연구 주제를 선정합니다. 일반적인 리서치처럼 연구 가설이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소셜 빅데이터 영역은 구체적인 가설을 세우더라도 그 가설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 산업이나 라이프스타일에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주제를 선정합니다. 가령 생활용품 판매점인 다이소가 최근에는 뷰티 영역에서 떠오르고 있는 것처럼요.
이후에 해당 주제를 바탕으로 검색에 필요한 ‘핵심 키워드’를 선정합니다. 만약 ‘편의점’이 주제라고 한다면, 핵심 키워드는 ‘편의점’이 될 수도 있고 각 편의점 브랜드들의 이름이 될 수도 있죠. SNS에서 편의점을 일컫는 줄임말이나 별칭도 있을 거고요.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그런 키워드를 추려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키워드의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도 배로 늘어나게 되죠.
이렇게 키워드를 선정한 뒤 소셜 빅데이터 플랫폼인 ‘Lucy 2.0’을 통해 데이터를 검색하고 도출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요.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뭐가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막상 분석 주제와 무관한 데이터들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고요. 그렇게 뽑힌 데이터를 보고, 정제하고, 다시 분석하는 프로세스가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최종적으로 유효 데이터가 확보되면 해당 키워드가 소셜 미디어에서 어떻게 언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어떤 키워드와 관련해 이야기되고 있는지 분석합니다. 분석 결과에 대해 다른 연구원분들과 논의하면서 검증이 이뤄지는데, 경우에 따라 분석 절차를 한 번 더 반복해야 할 때도 있어요. 이 과정이 꽤 오래 소요되더라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감에 의해서 뭔가를 말할 수 없고,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게 연구원의 사명이니까요.
20대연구소에서 소셜 빅데이터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소셜 빅데이터가 거창한 무엇이라기보다는, 트렌드나 현상의 변화를 검증하고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 20대연구소에서 소셜 빅데이터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소비자 조사는 응답 데이터, 소셜 빅데이터는 행동 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데요. 20대연구소는 이전까지 소비자 조사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응답 데이터와 행동 데이터는 각각의 한계와 장점이 있기 때문에, 소셜 빅데이터 연구를 도입하면 연구 인사이트가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소비자 조사는 연구원이 조사 대상과 방법, 기간 등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응답자 정보에 따라 인구 통계별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죠. 다만 주어진 문항에 소비자가 응답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잠재적이거나 무의식적인 영역을 발굴하는 데 한계도 있어요. 과거에 조사해 본 적이 없는 경우 데이터를 가질 수 없고요. 반면 소셜 빅데이터는 과거의 데이터를 불러와서 볼 수 있고, 트렌드나 현상의 흐름을 시계열적으로 파악하기 좋아요. 사람들의 무의식에 들어있는 단서를 찾는 데 용이하고요. 대신에 조사 결과를 인구 통계별로 분류하기 어렵고, 소셜 미디어에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들은 데이터도 없기 때문에 분석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즉, 어떤 방식이 더 우위냐 열위냐가 아니라, 각각의 장점과 한계가 명확한 것이죠. 이 때문에 서로 보완할 때 좋은 인사이트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 대학내일20대연구소 호영성 소장 |
소셜 빅데이터 연구원으로서 뿌듯한 점과 고충을 각각 알려주세요.
소셜 빅데이터 분석은 리서치와 달리 구체적인 질문과 응답을 얻을 수 없고, ‘키워드 선정 → 데이터 검색 → 정제 → 분석’의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끈기를 요하는 직무인 것 같아요. 비록 AI처럼 보일지라도 한 자리에 오래 앉아서 모니터 속 데이터의 망망대해를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하고요. 어떻게 보면 고충이겠지만, 그렇게 해서 도출되는 결과가 연구 주제나 목적과 부합할 때 가장 뿌듯함을 느껴요. 물론,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의외의 지점을 포착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뿌듯하고요.
빅데이터를 활용해 앞으로 더 연구하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사실, 데이터라는 게 소셜 데이터도 있지만 또 다른 데이터도 굉장히 많아요. 특정 제품이나 앱을 사용한 뒤 남기는 리뷰가 될 수도 있고, SA(검색광고)나 DA(배너광고) 같은 온라인 광고를 돌렸을 때 나타나는 퍼포먼스 데이터도 활용해 보고 싶어요. 결국,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총동원해서 종합 마케팅 컨설팅사로서 독자적인 빅데이터 영역을 구축하는 모습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명령어를 넣어주세요 |
끝으로 주변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생각보다 AI처럼 차갑지 않습니다. 언제든 편하게 요청해주시면 최대한 따뜻하게 답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 분석을 요청하실 때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사항은 바로 ‘일정’과 ‘분석 목적’입니다. 이 명령어를 저에게 넣어주시면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나 깊이를 더할 수 있고, 분석을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소셜 빅데이터의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 언제든 들어오시면 됩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황우람 연구원 인터뷰
김다희 선임디자이너
김혜리 파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