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할 트렌드는 ‘불닭’입니다.

트깅님들, 요즘 ‘핫’하다고 느껴지는 브랜드 있으신가요? 저는 가장 먼저 ‘불닭’이 떠오르는데요. 특히 1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뜨거워요. 오늘은 불닭 이야기와 함께, 10대의 소비 트렌드까지 줍줍해왔습니다. 이들은 요즘 무엇에 열광하고, 어떤 브랜드에 끌릴까요?

최근 이상한 광고 한 편을 봤어요. 야생 캥거루가 캠핑하고 있는 남자를 위협하고, 남자는 조심스럽게 불닭 소스를 음식에 뿌려 먹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엉덩이에서 불꽃이 튀며, 로켓처럼 하늘로 날아가 버리요. 무슨 헛소리냐고요? 실제로 불닭이 런칭한 광고입니다. 이 영상은 누적 1억 뷰를 돌파하고, 틱톡 계정의 팔로워는 100만 명을 달성했죠. 불닭은 매운맛을 넘어 “매운맛에 탑승하라”라는 메시지를 내고 있어요.

불닭 틱톡 광고 ⓒ불닭글로벌

해외 시장에서 불닭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불닭의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삼양식품은 불닭 면류의 생산량을 기존 20억 개에서 28억 개로 늘렸을 정도입니다. 밀양에는 아예 불닭만을 제조하는 공장을 새로 지었다고 해요.

어느새 삼양식품은 주식시장에서 한국의 ‘붉은 반도체’로 불려요. 그만큼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조 3천억 원에 달하며 직전년도 대비 65%가 증가했어요. 이를 보면 ‘붉은 반도체’라는 이름이 그저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것 같아요.

삼양식품 밀양공장 ⓒ삼양식품

코첼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명 락 페스티벌입니다.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무대에 올라 최근 더 주목을 받기도 했었죠. 불닭은 국내 식품 기업 최초로 코첼라의 공식 파트너로 선정되어 부스를 운영했어요.

코첼라 불닭 부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을 먹고 엉덩이에 불이 난 경험 한 번씩은 있으실 텐데요. 저는 불닭을 먹으려다가도 다음날이 걱정되어서 포기한 적이 꽤 많아요. 그런데 불닭은 이를 ‘로켓핫’이라고 이야기하며 유쾌함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코첼라에서 운영한 부스에서 이를 체험할 수 있었는데, 불닭소스를 먹고 의자에 앉으면 의자가 로켓처럼 올라가는 연출을 선보였거든요. 선택한 맵기에 따라 뒤쪽의 LED 스크린 배경이 하늘부터 우주까지 바뀌며 연기, 바람 등의 효과까지 더해졌다고 해요. 앞선 광고에서 봤던 남자처럼 불닭으로 날아가는 거죠.

코첼라 불닭 부스 ⓒ삼양식품

불닭은 최근 글로벌 웹사이트를 새롭게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웹페이지에 진입하면 마스코트 캐릭터 호치가 로켓이 되어 날아가고, 불닭, 고추, 치즈 등 다양한 그래픽 요소가 휘몰아칩니다. '로켓핫'이라는 동일한 컨셉이 웹페이지에서도 유지되고 있는 것인데요. 너무 강렬한 그래픽 모션에 혼란스럽다가도, 높은 웹페이지의 완성도가 또 흥미로워요. 힘든데 좀 더 둘러보고 싶은 양가적 마음이 듭니다.

웹페이지 제작은 그래픽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에서 제작을 맡았는데요. 시각적으로 불닭의 개성을 유쾌하게 담아낸 인터랙션이 돋보여요. 불닭만의 세계관이 궁금하다면 방문해 보세요. 흥미로운 웹 경험이 될 거예요.

불닭 글로벌 웹사이트 ⓒ일상의실천

불닭이 해외에서 인기 있다는 소식은 종종 들어왔는데요. 언제 이렇게 핫한 브랜드가 된 걸까요? 최근 기억에 남는 소식을 하나 살펴보자면, 덴마크 리콜사태입니다. 덴마크 식품청이 불닭볶음면 3종에 대해 캡사이신 수치가 너무 높다며 시장 회수를 발표한 거예요.

최종적으로는 1종만 회수 조치가 실행되었지만, 발표 이후 전 세계 ‘불닭’ 검색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어요. 이를 통해 “덴마크 정부가 회수할 정도로 매운맛”이라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며, 엄청난 홍보와 관심을 받게 되었죠.

불닭은 이 사건을 유쾌하게 대응했습니다. 리콜 철회를 기념하며 덴마크에서 파티 캠페인을 전개한 거죠. “바이킹의 후예를 위해 불닭이 돌아왔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선상 전면에 붙이면서요. 센스있는 대응으로 부정적 이슈를 긍정적으로 전환한 점이 불닭을 성장시키는 힘이 아닐까요?

(좌)덴마크 수의식품청 SNS에 게재된 불닭 제품 회수 관련 안내문 /
(우)‘불닭 스파이시 페리’가 덴마크 코펜하겐 선착장에 들어오는 모습 ⓒ삼양식품

오늘의 트렌드인 불닭은 미국의 10대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어요.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누머레이터는 지난해 알파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 1위로 삼양식품을 꼽을 정도였죠. 불닭은 특유의 매운 맛에 이끌린 10대에게 먼저 관심을 받고, SNS를 통해 전 세계로 영향력이 퍼져나간 사례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10대 소비자는 핫한 소재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트렌드로 이끌어가곤 하는데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10대(14~18세) 중·고등학교 청소년의 소비 행태와 브랜드 인식을 알아봤습니다.

요즘 10대는 용돈으로 뭘 사고 싶어 할까요? 데이터를 보면 남학생과 여학생이 원하는 게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남학생은 스마트 기기(31.7%)를 가장 많이 꼽았고, 그 뒤로 취미 활동·용품(26.9%), 게임 아이템(24.5%), 패션 아이템(23.5%) 순이었어요. 반면 여학생은 패션 아이템(40.6%)이 1위였고, 화장품·뷰티 용품(36.2%), 팬덤 아이템(22.5%), 취미 활동·용품(19.4%)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대란 열풍이 있었던 닌텐도 스위치 2와 닌텐도 게임 소프트웨어.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크림

특히 여학생이 팬덤 아이템(22.5%)을 사고 싶다는 응답은 남학생(9.4%)보다 2배 이상 많았어요. 남학생은 게임 아이템(24.5%)을 사고 싶다는 응답이 여학생(3.6%)의 7배 수준이었고요.

흥미로운 점은 남녀를 불문하고 ‘취미 활동·용품’을 꼽은 응답이 높은 편이었다는 점이에요. 사실 팬덤이나 게임 아이템 역시 취미 생활이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이기도 하니까요. 큰 소비는 부모의 도움을 받더라도, 자신의 취미·취향과 관련된 소비에는 적극적으로 용돈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남학생과 여학생이 선호하는 브랜드도 꽤 다르게 나타났어요.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를 떠오르는 대로 최대 5개까지 물어봤는데요. 남학생은 나이키(42.9%)가 압도적인 1위였고, 아디다스(29.8%)가 큰 차이로, 2위로 나타났어요. 반면 여학생은 나이키(27.9%)와 아디다스(25.1%)의 선호도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남학생의 경우 또 다른 스포츠 브랜드인 푸마(7.3%)를 좋아한다는 응답도 7위 안에 들었고요.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상위권에 위치한 데는 부모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발행한 <알파세대 탐구 보고서 2024>에서는 부모의 취향과 소비가 자녀에게 전유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른바 ‘텐포켓(아이를 중심으로 부모와 지인 등 10개의 주머니가 열린다는 의미)’ 시장의 힘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어릴 적 각인되는 브랜드는 나중에도 소비에 영향을 주니까요.

또 남학생은 스마트폰 브랜드 중에서 삼성(14.5%)과 애플(13.3%)을 비슷한 정도로 선호했으나, 여학생은 애플(9.3%)을 좋아한다는 응답이 삼성(3.4%)보다 3배가량 높게 나왔어요.

F&B 브랜드 중 유일하게 롯데리아(6.1%)가 남학생이 좋아하는 브랜드 7위 안에 들어간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여학생은 올리브영(19.1%), 에이블리(14.0%), 다이소(12.4%) 같은 뷰티·패션 플랫폼의 인기가 높았고, 순위권 밖에서는 메가커피 등 카페 브랜드의 언급도 많은 편이었어요.

10대가 성별에 따라 소비하는 분야와 브랜드 인식이 다르다는 점은 여전히 마케팅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소비와 경험을 중시하고,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나 콘텐츠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어요.

다시 불닭으로 돌아가 볼까요? 미국 10대에게 불닭이 사랑받은 이유는 SNS에서의 놀이 문화도 유효하게 작용했어요. 단지 남녀 타깃팅에만 머물지 않고, 10대가 진짜 좋아하는 것과 이들의 취향을 공유하는 경험까지 챙기는 마케팅 전략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